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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인플레 위기 속 100엔숍의 전략은?
프리미엄화 시대 도래…제품가격 오르면 새로운 기회도 가능
일본 100엔숍 업계는 지난 20여 년 동안 최저가와 균일가를 앞세운 다품종 박리다매 전략으로 큰 호황을 누렸다. 올해 4월 일본의 시장조사업체 TDB의 '100엔숍 업계 동향 조사'에 따르면 2019년 8722억 엔이던 100엔숍 시장 규모가 2021년에는 9500억 엔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가성비 좋은 위생용품을 중심으로 점포 수와 시장 모두 호조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소비자들의 뿌리 깊은 절약 성향과 가성비 상품에 대한 수요를 배경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해온 일본 100엔숍 업계가 최근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100엔숍은 원가 절약을 위해 중국, 베트남 등 해외 공장을 늘려왔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자재 비용 상승, 유가 급등, 20년 만의 엔화 가치 하락까지 겹치면서 제품의 평균 가격대를 100엔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 플라스틱 소재 제품은 원유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고 있고 환율도 지난해 9월 달러당 109엔 수준이던 것이 1년 사이에 140엔대까지 오르는 등 제조원가, 수입비용 모두 부담이 커졌다.
◆장기화가 예상되는 고물가 현상=일본 100엔숍 업계가 원가와 환율의 타격을 입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9월에도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면서 제조원가와 수입가가 상승해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매장 진열대에서 플라스틱 쓰레기통이나 케이스, 클리어 파일 등이 품절된 적도 있다. 100엔숍들은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 상품 가격을 올리고 품질을 낮추었다. 매장에 300엔, 500엔 등 비교적 높은 가격대의 제품을 진열하고 상품의 플라스틱 두께를 얇게 하거나 사이즈, 수량을 조정하는 식으로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최근 닥친 물가 상승 압박은 2010년대 중반처럼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KOTRA 소비재 전시회에 참가한 일본 100엔숍 납품벤더 A사는 무역관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요즘은 원유가격과 엔화 가치가 함께 떨어지는 상황이라 제품가격 상승 압박이 더욱 크다”면서 “러-우 사태, 미-일 금리차 장기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 등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원가와 수입가격 모두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원가 절감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물가 속에서 빛나는 마케팅 전략=올해 4월 일본의 대표 100엔숍 다이소의 플래그십스토어가 도쿄 긴자의 중심 상업지 마로니에게이트 긴자2에 등장했다. 다이소의 형제 브랜드 ‘스리피’와 ‘스탠더드프로덕츠바이다이소’도 동시에 문을 열었다. 100엔 상품이 90%를 차지하는 다이소와 대조적으로 두 형제 브랜드는 300엔대의 고품질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스탠더드프로덕츠는 2021년 3월 도쿄 시부야에서 시작된 다이소의 새로운 브랜드다. 취급하는 상품은 100엔, 300엔, 500엔, 700엔, 1000엔의 5개 가격 단계가 중심이다. ‘좀 더 나은 것이 훨씬 낫다’를 브랜드 콘셉트를 바탕으로 심플하지만 품질 좋은 잡화를 취급한다. 비교적 고가, 고품질의 일본산 타월과 문구류, 기타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대부분이다. 방문객들 사이에서 제품 디자인이나 매장 인테리어가 일본 의류 및 잡화 브랜드 ‘무인양품’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리피는 ‘300(Three)엔’으로 시작하는 ‘행복한(Happy) 생활’이라는 뜻의 300엔숍 브랜드로, 파스톤 색상의 아기자기한 디자인이나 디즈니 캐릭터 등과의 콜라보 제품을 중심으로 일본 20~40대 여성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닛케이비즈니스에 따르면 스리피는 상품의 80%를 300엔대 가격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캐릭터 상품보다 스탠더드프로덕츠처럼 오리지널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 절감을 위한 점포 무인화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100엔숍 업계 2위 세리아는 2023년 말까지 20억 엔 상당을 투입해 전국 1830개 직영점 전체에 셀프 계산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엔저 현상이나 제조원가 급등 부담을 줄이면서 일손 부족,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수요 등의 문제도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세리아는 2018년 100엔숍 업계 최초로 셀프 계산대 도입을 검토했으며 2021년 7월부터 설치를 시작했다. 올해 3월까지 일본 전국 대도시의 258개 점포에 도입했으며 남은 지점에도 점포당 2대 정도 설치할 계획이다.
올해 1월 일본의 유통 대기업 이온은 100엔숍 업계 3위 캔두의 주식을 절반 이상 취득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캔두가 이온의 주식공개매수(TOB)를 받아들인 배경에는 이온그룹의 마트, 드러그스토어, 슈퍼마켓 등 전국 각지의 다양하고 촘촘한 유통망을 활용해 점포를 늘릴 수 있고 이온과의 자체 브랜드(PB) 상품 공동 개발 시 자사의 상품개발 노하우를 활용하는 등 상호 윈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캔두는 이온과의 협업을 통해 2026년까지 점포 수를 현재의 1200여 개에서 2000개까지 늘리고 상품 가격대를 200~1500엔까지 다양화해 규모의 경제 실현과 100엔숍의 박리다매형 비즈니스 모델 탈피를 꾀하고 있다.
100엔숍 업계 1위 다이소는 편의점 업계 1위 세븐일레븐과 손 잡고 지난 6월부터 전국 세븐일레븐을 통해 다이소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두 기업의 사업제휴는 편의점 업계와 100엔숍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이 쇼핑 빈도가 줄면서 편의점 업계도 점포당 상권과 매출이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편의점 업계는 고객이 한 번의 편의점 쇼핑으로 필요한 물건 대부분을 살 수 있도록 매장 내 일용잡화의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세븐일레븐은 이미 ‘세븐프리미엄’이라는 별도의 PB를 갖고 있지만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점포 환경 조성을 위해 세븐프리미엄과 거의 동등한 품질, 가격과 다양한 상품 종류를 가진 다이소와 협업하게 됐다. 다이소의 일용품을 발 빠르게 들여와 ‘고객 수×고객 단가’라는 매출 공식에서 고객 단가를 높이는 전략이다. 다이소 입장에서도 세븐일레븐과의 협업은 고물가 상황에서 가성비 좋게 유통채널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븐일레븐의 인프라를 활용함으로써 별도의 매장 운영에 따른 인건비, 운송비, 시설비 등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 노출도 확대할 수 있다.
한편 고물가 상황에서도 업계 2위 세리아는 제품 평균 가격을 100엔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세리아는 2021년 6월 공개된 제34기 유가증권 보고서를 통해 “최근 물가 상승 등 비용 증가로 다른 업체들은 100엔이 넘는 가격대의 상품을 확충하고 있지만 우리는 100엔 상품에 특화함으로써 100엔 상품의 점유율을 높일 호기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세리아의 이런 경영전략의 배경에는 경쟁사 대비 높은 영업이익률이 자리 잡고 있다. 경쟁사인 캔두, 왓츠 등은 2~4%대의 낮은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지만 세리아는 9~10%대를 기록하고 있다. 비상장기업이어서 영업이익을 알 수 없는 다이소를 제외하면 박리다매 비즈니스 모델의 100엔숍 업계에서 독보적이라고 할 만하다. 세리아의 영업이익률이 높은 이유는 △고객 판매 데이터에 기반한 재고관리 및 발주 시스템 도입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한 인건비 절감 △원가 높고 이익률 낮은 제품 판매 자제 때문이다.
100엔숍 납품벤더 관계자는 “세리아는 일찍이 발주와 재고관리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고 이를 통해 원가 대비 이익률이 높은 제품 위주로 진열하고 있다”면서 “특히 식품류의 경우 단가가 높고 이익률이 낮아 일부 제과 재료 등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식품의 비중을 낮게 유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우리 기업 시사점=일본 100엔숍 업계는 원유가격 상승, 엔저 현상 심화, 물가 상승 등으로 비용 증가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300엔숍, 500엔숍 등 제품 가격 인상과 고가 브랜드 도입, 업종 간 제휴로 매출을 늘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무인화와 자동화 기술을 활용한 비용 절감으로 고물가 속에서도 100엔 가격을 고수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취하는 곳도 있다. 어느 쪽이건 물가 상승이 계속된다면 기초체력이 부족한 중소 100엔숍은 폐업 또는 경영통합 등의 어려움에 노출될 위험이 커질 것이고 결국 일본 100엔숍 업계는 소수 대형 업체가 지배하는 과점시장이 될 확률이 높다.
판매가격 100엔을 기준으로 고수해온 일본 100엔숍 업계의 관행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물가가 오른 만큼 제품 평균 가격을 300엔, 500엔 등으로 높이면 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기대와 허용되는 소재, 원가 폭도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KOTRA 무역관은 “최근 일본 100엔숍 업계에 나타나고 있는 많은 변화는 일본 소비재 수출을 희망하는 우리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면서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점을 활용해 시장조사나 상담회 등을 통해 현지 동향을 주시하고 전략을 짜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