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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제주포럼'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최태원 SK 회장의 불화수소가 국산화되지 못한 이유에 대한 단편적인 의견들이 화제를 끌었다.
주요 언론에서는 이분법적인 논리로 박 장관과 최 회장의 대립 구도를 만들어 반도체 핵심소재 국산화 책임론으로 기사화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난 수십 년 간 국산화의 기회를 놓친 것도 사실이고, 소자업체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했어야 하는데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박 장관과 최 회장 두 사람의 단편적인 의견에 대한 논쟁은 장님이 코끼리 꼬리를 만지고 코끼리를 이야기하는 격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 간 반도체, 장비, 재료 국산화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여 추진해왔는데 아직까지 성과가 별로 없다. 중국의 반도체 인프라의 취약, 국가주도 정책의 비효율성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아 미래도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 팹의 현장 엔지니어들은 국산화에 그리 적극적일 수가 없다. 메모리 웨이퍼는 한 장 만드는 데 수백 개의 공정을 거치는데 4달 정도 걸려서 수천 만 원짜리가 만들어진다. 두어 달 전에 TSMC는 PR이라는 화학물질 하나를 잘못 써서 수 조원의 손실을 입었다.
반도체 팹에서 재료 선택 한 번 잘못 하면 대형사고가 터진다. 단 한 번의 사고로 삼성이나 SK하이닉스 모두 엄청난 손실을 입으니, 화학물질이든 장비든 신뢰성 높은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값 비싼 해외 제품을 수입하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삼성도, SK하이닉스도 국산화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했는지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 단기실적에 연연하는 전문 경영인들이 소재, 장비의 국산화를 장기적으로 끈질기게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대기업들의 반복적인 단가인하로 기술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2000년도 초중반에 적극적으로 국산화를 추진했으나 신뢰성 부분과 리스크 측면의 문제가 커서 동력이 많이 떨어졌고, 값비싼 외산 장비와 소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단행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결정은 '제 발등 찍기'처럼 보인다. 일본 언론에서 우려하듯이 장기적으로는 일본기업에 불이익이 더 큰 결정이고, 그런 조짐들이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 여기저기서 보이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이번 일본의 수출통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입선 다변화와 국산화 의지가 상당히 강해졌다. 하지만 반도체 핵심 소재와 장비가 국산화가 안 된 모든 이유가 소자업체의 책임만은 아니고 국내 중소기업들의 실력도 봐야 한다.
국내 장비나 소재기업들은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하는 회사가 거의 없고, 세계적인 경쟁사와 비교하면 회사 규모가 수십 분의 일, 수백 분의 일에 불과하다. 연구개발 역량이나 규모의 경제에서 해외 경쟁사들과는 아직 실력 차이가 크다.
저기술 저리스크 품목은 국내기업들에게 대부분 넘어갔지만 고기술 고리스크 품목은 아직 절대적으로 해외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에서 국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인수합병 등을 통해서 장비, 소재업체들이 대형화되어야 한다. 국내 중소기업들 중에 장기적인 기술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 회사도 그리 많지 않다. 핵심소재, 장비의 국산화는 1, 2년의 게임이 아니라 수십 년의 게임이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와 장기적인 투자와 노력으로 실력을 쌓아 올려야 하고 대기업들은 이를 지원해야 한다.
국산화 미진에 대해서는 정부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중국 정부에서는 반도체 산업에 수백 조원을 투자한다고 하는데 한국 정부에서 지난 10년간 반도체 업계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펼쳤는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그동안 소홀했었다.
새로운 소재와 장비를 개발하려면 300mm 팹에서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장비나 소재 중소기업들이 천문학적인 투자가 들어가는 300mm 팹(테스트 베드)을 독자적으로 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300mm 테스트 베드가 10년전에 만들어졌다면 한국의 반도체 소재, 장비 산업은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최근에 갑자기 반도체 산업분야에 정부 지원이나 관심이 많아진 것이 '만시지탄'이다.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똑똑한 아이들이 의사나 공무원이 되는 요즘 세태도 문제다. 최근 입사하는 공대 출신 신입사원들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중국과 대만에서는 아직도 우수 인재들이 공대를 많이 가는데 고등학교 때 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을 받은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의대로 간다. 지금의 사회적 풍토에서는 우수인재 부족으로 한국의 반도체가 얼마나 오래갈까 걱정된다. 고급 엔지니어들이 의사보다 더 존경받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
장관과 총수의 대립적 구도로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국산화 논쟁이 이루어지는 것은 국민적 관심을 받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까지 국산화 부진에 대해 반성도 해야겠지만 소자업체, 재료, 장비업체, 정부, 학계 전체가 같이 머리를 맞대고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미래를 위해서 실천 가능한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게 훨씬 더 건설적이다.
[한국무역신문 제공]
주요 언론에서는 이분법적인 논리로 박 장관과 최 회장의 대립 구도를 만들어 반도체 핵심소재 국산화 책임론으로 기사화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난 수십 년 간 국산화의 기회를 놓친 것도 사실이고, 소자업체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했어야 하는데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박 장관과 최 회장 두 사람의 단편적인 의견에 대한 논쟁은 장님이 코끼리 꼬리를 만지고 코끼리를 이야기하는 격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 간 반도체, 장비, 재료 국산화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여 추진해왔는데 아직까지 성과가 별로 없다. 중국의 반도체 인프라의 취약, 국가주도 정책의 비효율성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아 미래도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 팹의 현장 엔지니어들은 국산화에 그리 적극적일 수가 없다. 메모리 웨이퍼는 한 장 만드는 데 수백 개의 공정을 거치는데 4달 정도 걸려서 수천 만 원짜리가 만들어진다. 두어 달 전에 TSMC는 PR이라는 화학물질 하나를 잘못 써서 수 조원의 손실을 입었다.
반도체 팹에서 재료 선택 한 번 잘못 하면 대형사고가 터진다. 단 한 번의 사고로 삼성이나 SK하이닉스 모두 엄청난 손실을 입으니, 화학물질이든 장비든 신뢰성 높은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값 비싼 해외 제품을 수입하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삼성도, SK하이닉스도 국산화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했는지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 단기실적에 연연하는 전문 경영인들이 소재, 장비의 국산화를 장기적으로 끈질기게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대기업들의 반복적인 단가인하로 기술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2000년도 초중반에 적극적으로 국산화를 추진했으나 신뢰성 부분과 리스크 측면의 문제가 커서 동력이 많이 떨어졌고, 값비싼 외산 장비와 소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단행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결정은 '제 발등 찍기'처럼 보인다. 일본 언론에서 우려하듯이 장기적으로는 일본기업에 불이익이 더 큰 결정이고, 그런 조짐들이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 여기저기서 보이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이번 일본의 수출통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입선 다변화와 국산화 의지가 상당히 강해졌다. 하지만 반도체 핵심 소재와 장비가 국산화가 안 된 모든 이유가 소자업체의 책임만은 아니고 국내 중소기업들의 실력도 봐야 한다.
국내 장비나 소재기업들은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하는 회사가 거의 없고, 세계적인 경쟁사와 비교하면 회사 규모가 수십 분의 일, 수백 분의 일에 불과하다. 연구개발 역량이나 규모의 경제에서 해외 경쟁사들과는 아직 실력 차이가 크다.
저기술 저리스크 품목은 국내기업들에게 대부분 넘어갔지만 고기술 고리스크 품목은 아직 절대적으로 해외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에서 국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인수합병 등을 통해서 장비, 소재업체들이 대형화되어야 한다. 국내 중소기업들 중에 장기적인 기술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 회사도 그리 많지 않다. 핵심소재, 장비의 국산화는 1, 2년의 게임이 아니라 수십 년의 게임이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와 장기적인 투자와 노력으로 실력을 쌓아 올려야 하고 대기업들은 이를 지원해야 한다.
국산화 미진에 대해서는 정부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중국 정부에서는 반도체 산업에 수백 조원을 투자한다고 하는데 한국 정부에서 지난 10년간 반도체 업계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펼쳤는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그동안 소홀했었다.
새로운 소재와 장비를 개발하려면 300mm 팹에서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장비나 소재 중소기업들이 천문학적인 투자가 들어가는 300mm 팹(테스트 베드)을 독자적으로 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300mm 테스트 베드가 10년전에 만들어졌다면 한국의 반도체 소재, 장비 산업은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최근에 갑자기 반도체 산업분야에 정부 지원이나 관심이 많아진 것이 '만시지탄'이다.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똑똑한 아이들이 의사나 공무원이 되는 요즘 세태도 문제다. 최근 입사하는 공대 출신 신입사원들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중국과 대만에서는 아직도 우수 인재들이 공대를 많이 가는데 고등학교 때 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을 받은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의대로 간다. 지금의 사회적 풍토에서는 우수인재 부족으로 한국의 반도체가 얼마나 오래갈까 걱정된다. 고급 엔지니어들이 의사보다 더 존경받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
장관과 총수의 대립적 구도로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국산화 논쟁이 이루어지는 것은 국민적 관심을 받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까지 국산화 부진에 대해 반성도 해야겠지만 소자업체, 재료, 장비업체, 정부, 학계 전체가 같이 머리를 맞대고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미래를 위해서 실천 가능한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게 훨씬 더 건설적이다.
[한국무역신문 제공]


